letters

письма : 이반이 알료샤에게 2

SMER/VANYA 2020. 3. 13. 16:38

 

알료샤, 편지가 늦어 미안하다. 때가 나빴어. 마침 잉크가 다 떨어졌는데, 일리야 파블로비치 박사가 날 이 집에 가둬 버렸거든. 그리고리 노인은 내가 대문을 나서기만 해도 불안해 어쩔 줄을 모르고 말이야. 난 괜찮아. 지금은 아주 정신이 맑아. 너를 즐겁게 해 주고 싶은데, 방에만 갇혀 있어 편지에 쓸 말이 없구나. 이렇게 보니 너와 나의 신세가 그렇게 다르지도 않아. 다른 점이 있다면 알료쉬카 너는 네 스스로를 수도원에 가두었고, 나는 타의에 의해 이렇게 되었다는 것이겠지. 그래도 불행 중 다행으로 크게 불편한 점은 없어. 


그래. 내가 하인 이야기를 했던가? 아버지가 부리는 하인 겸 요리사가 한 명 있어. 하는 짓이나 눈빛이 좀 기분은 나쁘지만, 눈치가 아주 빨라. 지금 이 편지를 쓰는 잉크도 그 녀석이 사다 준 거야. 아마 알료샤 네 또래겠지. 너보다는 조금 어린가? 너는 만난 적이 있니?


수도사라고 해서 혀의 기쁨을 누리지 말라는 법은 없겠지. 잼 한 병을 같이 보낸다. 너의 형 바냐가.

 

 

알렉세이치크! 너를 이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얼마만인지. 편지가 점점 잦아지는 이유는, 짐작하겠지만, 의사의 처방 때문이란다. 이 저택 안에 갇혀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거든.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도 않고 말이야. 알료샤, 오늘 누가 찾아왔는지 맞춰 봐. 믿기지 않겠지만 드미트리 표도로비치가 현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. 맙소사, 못 알아볼 수가 없던걸. 별채에 걸려 있던 아젤라이다 이바노브나의 초상화를 기억하니? 정말로 똑같았어. 난 그가 그 액자 속에서 걸어나왔다고 해도 믿을 거야. 그는 꼭 군인처럼, 그래. 그러니까 '아직도 군인인 것처럼' 커다란 보폭으로 걸었는데, 이거야말로 정말 우스운 점이지. 더는 군인이 아니잖아.

 

그와 내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도 너에게 전부 들려주고 싶지만, 아쉽게도 촛불이 곧 꺼질 것 같구나. 앞으로도 종종 편지하마. 너의 형 바네치카가.

 

 

알료샤에게.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. 할 말은 이것뿐이야.

 

 

알렉세이, 오늘은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 이야기를 해 줄까 해. 자연과학부에서 사귄 친구 중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코즐로프라는 녀석이 있었어.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이었는데, 아주 독특한 취미로 유명했지. 도서관에서 주소록을 빌려다가 아무 곳이나 정해 편지를 쓴 다음, 누군가 그 편지에 답장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. 세료쟈의 말은 이랬어. "답장을 받을 가능성은 내가 다음 주 중 번개를 맞을 확률만큼이나 희박하다." 그러니까, 거의 장난이었던 거지. 학생들은 세료쟈가 받을 답장을 두고 내기를 걸곤 했어. 여자라는 쪽에 1루블…… 이런 식으로 말이야.

 

그러기를 이 년인가, 세료쟈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해. 보낸 사람의 이름은 옥사나 바실리예브나 메드볘데프. 차리친에 사는 귀족 아가씨였지. 장난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, 편지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감정은 점점 깊어져 갔어. 세료쟈는 마침내 옥사나, 그러니까 그의 '크슈샤'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지. 알료샤, 어땠을 것 같니?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?

 

차리친에 도착한 코즐로프는 이 도시 어디에도 메드볘데프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살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. 그는 소득 없이 모스크바로 돌아오지. 세료쟈는 옥사나에게 이 모든 일을 설명해 달라는 편지를 몇 통이나 썼지만, 그는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어.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는…… 그 후 신경쇠약을 앓았어. 결국 고향으로 돌아갔지. 죽지는 않았을 거야. 죽기엔 너무 젊었으니까. 이 이야기의 교훈은 뭘까? 생각해 봐. 알료쉬카, 너희 수도사들은 항상 교훈을 좋아하잖니.

 

가엾은 코즐로프 이야기는 이런 교훈으로 끝나. 알료샤, 나는 너를 찾아가지 않을 거야. 네가 내 편지를 읽고 있는지, 받기나 했는지, 이 글들이 어딘가로 보내지고 있기나 하는 건지. 나는 이제 궁금해하지 않아. 나는 어딘가에 살아 있는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까라마조프가 아니라, 내가 내 동생 알료쉬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……. 그래도, 알렉세이, 이런 나를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줬으면 해. 너의 형 이바쉬카가.

 

 

알료샤, 너는 어떤 사람으로 자랐을까? 네 눈은 여전히 어머니를 닮았을까? 넌 아직도 잘 울까. 수단은, 잘 어울릴까? 너를 상상하는 것은 내 몇 안 되는 기쁨 중 하나야. …… 하지만 네가 나보다 더 커졌다면 조금 서운할 것도 같구나. 넌 늘 내 품 안에 쏙 들어왔거든.

 

 

알료샤, 오늘 나간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. 나보다도 더한 무신론자인데…… 세상의 모든 사제들은 거짓말쟁이에 위선자라고 몰아가더군. 모두를 사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야. 우습게도 그의 말을 듣자마자 네가 떠올랐단다.

 

하지만 괜찮아,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어. 내가 아는 한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위선자니까. 사람들은 네 거짓말까지 사랑할 거야. 나처럼.